[전문가칼럼] 한계기업 구조조정, 이제는 ‘회생’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
중요한 것은 제도 부족이 아니라 기업회생절차 운용의 속도와 정교함!
ARS와 P-plan, 스토킹호스와 회생기업M&A, 회생과 정상영업을 잇는 현실적 대안
[노현천 기자] 고금리와 경기침체의 파고가 길어지면서 한계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의 후폭풍으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은 기업의 이자 부담을 폭증시켰다. 여기에 고환율·고물가·고유가가 겹친 3중 압박은 이미 취약한 기업의 숨통을 더욱 죄고 있다. 정상기업이 한계기업으로, 한계기업이 곧바로 좀비기업으로 전락하는 흐름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문제는 이런 국면에서조차 기업 구조조정 제도가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을 살릴 수 있는 제도는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제도 간 특성과 차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불필요하게 파산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제는 “무조건 회생”이 아니라, 기업 상황에 맞는 최적의 구조조정 수단을 신속히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다.

워크아웃의 한계, 분명히 봐야 한다
기촉법상 워크아웃은 금융권이 주도하는 기업개선작업이다. 이자 유예, 만기 연장, 추가 대출 등으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넘기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원금 감면이 사실상 어렵고, 금융기관이 각자의 채권 회수 논리에 매여 있어 과감한 재무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워크아웃은 “살릴 수 있으면 살린다”는 제도라기보다, “당장 부도만 막아본다”는 성격이 강하다. 주채권은행의 결단과 경영진의 강한 실행 의지가 없으면 성공 가능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최근 워크아웃 졸업 기업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성공이 제도 자체의 우수성이라기보다 예외적인 조건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문턱이다. 현장에서는 금융기관이 워크아웃 대상 기업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걸러내면서, 정작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 제도 문 앞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니 기업들은 워크아웃보다 아예 법원 절차로 직행하거나, 심지어는 회생 가능성이 있음에도 파산을 택하게 된다.
ARS와 P-plan, 왜 더 적극적으로 써야 하나
반면 채무자회생법상 자율구조조정지원제도(ARS)는 훨씬 더 유연하다. 법원이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으로 채권추심을 멈춰 세운 뒤, 채권자협의회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안을 협의한다. 일정한 동의 요건을 충족하면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취소하고 정상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이 제도의 강점은 명확하다. 금융기관만이 아니라 상거래채권자, 일반채권자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금융권 중심의 워크아웃보다 이해관계 조정의 폭이 넓고, 법원의 관리 아래 진행되기 때문에 협상 신뢰도도 높다. 말하자면 ARS는 회생과 정상영업 사이의 가장 현실적인 중간지대다.
사전조정제도(P-plan) 역시 유용하다. 회생절차 개시 후 조기에 사전 회생계획안을 제출해, 채권자 동의 요건을 충족하면 곧바로 인가를 받아 절차를 단축할 수 있다. 시간은 곧 비용이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에서 절차 지연은 곧 기업가치 훼손이다. 그렇다면 절차를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수단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회생절차는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정상화의 도구다
기업회생절차를 두고 여전히 “망한 기업이 가는 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모르는 시각이다. 회생은 파산을 늦추는 제도가 아니라, 채무를 조정해 기업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제도다. 원금 감면, 변제 유예, 부채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회생 가능성을 살린 뒤, 인가된 계획에 따라 부채를 정리하면 기업은 부채 제로 상태로 재출발할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동시에 압박하는 환경에서는 회생절차의 존재 이유가 더 커진다. 경기침체가 구조적이라면, 기업의 단기 유동성 위기를 시장 자율에만 맡겨둘 수 없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제도적으로 살려내는 것이 경제 전체로 보면 더 효율적이다. 고용을 지키고, 협력업체 연쇄부실을 막고, 산업 생태계를 보전하는 효과도 크다.
이제는 제도 운용의 문제다
핵심은 제도 부족이 아니다. 제도 운용의 문제다. 워크아웃, ARS, P-plan, 정식 기업회생은 각각의 성격이 다르다. 기업의 위기 단계와 채무 구조, 이해관계자 구성에 따라 선택해야 할 도구도 달라야 한다. 그런데도 현실은 여전히 획일적이다. 금융권은 채권 회수에, 법원 절차는 시간에, 기업은 생존에 매여 있다. 이 간극을 줄이지 못하면 구조조정은 계속 뒷북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금융권, 법원이 보다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회생을 늦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때 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계기업을 무조건 정리할 것이 아니라,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리고 정리해야 할 기업은 빠르게 정리하는 정교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회생을 둘러싼 낡은 선입견을 버리는 일이다. 기업회생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정상화의 기술이다. 고금리 시대의 구조조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출처 : 브랜드뉴스(BRAND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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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천 기자] 고금리와 경기침체의 파고가 길어지면서 한계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의 후폭풍으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았고, 이를 억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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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Joseph 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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